노숙자섬김사역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하던 날, 두려움 반 어색함 반으로 의정부역에 나갔다. 역사 주위 지하계단에 10여명의 노숙자들이 모여 있었다. 추운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잠을 청하는 분, 계단에 앉아 알 수 없는 말을 되풀이하는 분, 거하게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 분... 예상을 뛰어넘지 않는 낯선 풍경이었다.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한분에게 다가갔다. 준비한 차를 따라드리며 조심히 말을 걸었다. “추우신데 이거 드세요.” 빼꼼히 쳐다보더니 대뜸 묻는다. “어디서 왔어요?” “교회에서요.” “어느 교회요?” “네... 회룡역 근처에 있는 삼일교회요.” “아 그 교회, 내가 목사를 아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무례했다. 뻔뻔했다.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욕까지 하는 분도 있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한 냄새... 몇 번을 씻고 양치질을 해도 잘 가시지 않았다.

한번은 경비아저씨에게 크게 혼난 적도 있다. “자꾸 이런 것을 주니까 이 사람들이 여기 오는 거예요. 그런 거 줘봤자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쓸 데 없는 짓 하는 거예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죄인이 된 느낌... 그 후 머릿속에 이 말이 계속 맴돌았다. 쓸 데 없는 짓...

얼마 동안 나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갔다. 그분들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거기에 있어야할 것 같은 불편함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주말마다 거기에 있었다.

이번 주도 역에 나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노숙자 한분이 내 손을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기도해주세요.” 갑작스런 부탁에 더듬거리며 기도했다. 그분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고마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뭔가 모를 미안함이 밀려왔다. “좀 더 따뜻하게 기도할 걸...” 하지만 감사했다. 쓸 데 없는 짓의 기쁨을 알게 하신 하나님... 그 기쁨에 행복했다. 다음 주말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