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TV를 점령한 예능 프로그램은 “관찰예능”이다. 2012년부터 등장한 관찰예능 프로그램은 빠른 시간 안에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인기를 뒤집었다. 지난 달 TV 시청률 순위를 보면 전체 10위권 중 5편이 관찰예능인데 말 그대로 대세가 된 것이다.

관찰예능이란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관찰카메라 형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제작진이 인위적인 상황을 설정하지도 않고, 메인 MC가 따로 진행하지도 않는다. 출연자들의 민낯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관찰예능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먼저 “공감”이다. 우리와 다를 것 같은 연예인들이 비슷한 생각,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친근함을 느끼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둘째로 “대리만족”이다. 시골집, 해외, 정글, 군 내무반, 심지어 감옥까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채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인기 이유는 “관심”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조용히 훔쳐보는 즐거움이 한몫했다. 그래서 일부 비평가들은 “대중 관음증”을 기반으로 둔 못된 방송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관찰예능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사생활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관찰예능은 남에게 관심이 많은 한국적 정서가 만들어 낸 돌연변이 방송인 셈이다.

관음증은 건강한 것이 아니다. 대리만족 역시 권장할만한 것이 못된다. 관찰예능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군중 속의 고독” 함께 있으나 혼자 있는 외로운 현대인이 현실 이상의 현실을 갈망하며 TV앞에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 이들 역시 교회가 품어야할 가난한 영혼들이다. 주님의 공동체는 이들에게 따뜻한 현실이 되어야 한다. 아직 날이 많이 차다. 우리에게 더 많은 온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