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추운 한 주였다.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에 머물더니 영하 20도라는 기록적인 한파를 선물하였다. 제주도에서는 폭설로 공항이 폐쇄되었고, 서해안에서는 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번 추위는 바다를 얼리는 강추위였다. 수도꼭지를 조금씩 열어놨는데도 주방 수도관이 얼었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했어도 화장실 배관이 막혀버렸다. 얼은 수도관은 녹이면 되고, 막힌 배관은 뚫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추위에 신년 특새가 열린다는 것이다.

걱정에 휩싸였다. 안 그래도 부담되는 특새인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어쩌나 싶었다. 더구나 눈 예보까지 있어서 눈앞이 깜깜했다. “어떻게 하죠?” 전도사님께 물었다. “기도하면 되지요.” 대답이 너무 명료했다. 몰라서 물어본 것이 아닌데 확실하게 확인사살을 해주시니 상당히 고마웠다. -_-;;

항상 그렇다. 행사를 계획할 때마다 부담이 따른다. 괜히 교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고,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쩔까 염려된다. 설교준비는 더욱 그렇다. 20여분 되는 짧은 시간을 알차게 채우기 위해 4-5시간을 준비한다. 이번 주간 동안 밤잠을 설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책임감 없는 목사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특새가 시작되었다. 추웠다. 두세 번 눈발이 날렸다. 한파특보가 발령되었다. 그런데 놀라웠다. 우리 교우들은 내 판단보다 훨씬 강한 분들이었다. 담임목사보다 더 대단한 분들이었다. 강추위를 뚫고 새벽길을 열었다. 힘겨운 일상을 이기고 기도문을 두드렸다. 교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새벽 일찍 차를 끓여 오신 따뜻한 손길도 있었다. 내가 삼일교회 담임목사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새벽 차 안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추워도 바람이 안 불어서 감사하고, 눈이 와도 밤중에 그치니 은혜네.” 특새가 끝나고 전도사님이 말했다. “이번 특새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보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 믿음이 이긴다. 2018년 새해, 믿음으로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