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다가왔다. 올해 성탄절은 여느 해와 달리 분주함보다는 혼란함 가운데 맞이한 것 같다. 북한 핵위협과 미국의 극단적 대립, 5세 유아의 묘연한 행방과 부모의 궁색한 변명, 그리고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화재까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나누기에 다소 어색한 혼란한 오늘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천년 전의 첫 크리스마스 역시 비슷했던 같다. 사실 예수님의 집은 베들레헴이 아니었다. 로마황제의 강압적인 호구조사 때문에 호적 떼러 고향에 간 것이다.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간 것도 모자라 예수님 가족은 다시 이집트로 내려갔다. 헤롯왕의 광기어린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들레헴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힘없는 아기들이 목숨을 빼앗겼다.

예수님이 이루시려 했던 평화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당시 세상은 깊은 어두움 가운데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무너뜨리고 나라가 나라를 무너뜨리는 소망이 없는 세상... 그 어둠을 뚫고 주님은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오셨다. 그 빛은 모든 죄와 악, 미움과 다툼, 그리고 전쟁을 그치는 평화였다.

예수님은 이 빛을 비추시기 위해 제일 어두운 곳에 오셨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셔서 더 작은 마을 나사렛에서 성장하셨다. 처음 사역을 시작한 갈릴리 역시 이스라엘의 외딴 변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역시 예루살렘 성 밖의 골고다 언덕이었다. 이곳에서 십자가 위에서 가장 어두운 죽음을 맞이하셨다. 모든 것이 빛이 되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이 빛을 비추기 위함이었다. 가장 어둡고 가장 낮은 곳까지 평화를 전하시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불태운 것이다.

성탄을 맞이하여 주의 몸이라 자부하는 이 땅의 교회들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리라 고백한 주님의 공동체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비추고 있는가?” 불편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흩어진 마음을 다시금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