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가 심령부흥회를 다녀오셨다. 집회 중에 부흥사가 내 이름을 부르고는 주님이 쓰시니 준비시키라고 했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목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을 가진 것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냥 교회학교 다니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목사가 되면 즐겁고 행복한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목사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목사로 사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간혹 주위 분들이 목사님 될 거냐고 물어보면 강력히 부인했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고 plus 편안한 길을 가고자 마음먹었다. 최소한 사역자의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목사가 되었다. 그렇게 피하고 싶고 꺼려했던 이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목사에 걸 맞는 교회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내가 목사가 되었다. 목사가 되기까지 몇 번을 고민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말렸다. 그런데 이렇게 되었다. 즐겁고 편안하지는 않지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끔 교우들 중에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목사님, 주중에는 뭐 하세요?” 이 질문에는 분명 불편함이 있다. 바꿔 말하자면 “별로 할 일 없으신 것 같은데요?”이다. 목사는 물론 육체노동자는 아니다. 출퇴근시간도 없다. 어찌 보면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마음만 먹으면 농땡이도 부릴 수 있다. 그런다고 뭐라 할 분도 없다. 잘 모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껏 목사로 살면서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긴장의 연속이었다. 말씀준비에 쫓기고 교우들의 문제로 어려웠다. 뭐니 뭐니 해도 괴로움의 끝판왕은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 사역 때문에 잠이 안 왔다. 혼자 속 태우는 밤이 교우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새벽기도시간에 기도한다. “하나님, 힘들어요.” 마음속에 있는 사람과 상황을 내려놓는다.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침묵... 주님은 분명 웃고 계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행복하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