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들이 우리 앞에 벌어졌다. 대지가 흔들리고 세상이 흔들렸다. 지난 수요일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에 온 국민이 놀랐다. 역대 두 번째의 강진이었다. 80여명의 부상자와 14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했다. 주택 1090채가 파손되고 차량 40여대가 부서졌다.

이번 지진이 심각했던 이유는 진원지가 얕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발생한 터라 당황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나타나지 않았던 지진 액상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터라 이후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

네티즌들은 포항 지진의 원인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영향이라든가, 지열발전소 개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과학적 분석이 있는가 하면, 한동대에서 개최예정이던 퀴어신학세미나에 대해 하나님이 진노하신 것이라는 영적인 분석도 돌았다. 심지어 한 국회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경고라며 정치적인 도발을 하기도 했다. 그냥 듣고 넘기면 그만인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번 지진을 통해 나는 확실한 사실 하나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안심하던 우리나라가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세상의 모든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오늘의 안전이 내일의 불안이 될 수 있는 곳이 세상이다.

선지자 하박국은 창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떨릴 만큼 환난의 공포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평안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세상이 흔들려도 그를 붙잡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요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진짜 믿음은 불안을 이긴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 이 믿음이 삼일가족 모두의 것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