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돌개바람과 함께 세차게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다. 갑자기 겨울문턱까지 데리고 간 가을비였다.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냈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 전도사님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목사님, 우리 월동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새 예배당에서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다. 올해는 폭설에 지붕 무너질 걱정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물론 아직 남은 공사가 있어 부담은 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양반이다. 단지 당장 해결해야 할 잔걱정들이 있을 뿐이다. 주방에 온수는 어떻게 고칠지... 카페 난방은 어떻게 해결할지... 식당 중간문은 언제 해결할지...

물론 이런 일들은 차근차근 해결하면 된다. 말 그대로 추위가 오기 전에 월동준비를 하면 된다. 더구나 김장을 마친 상태라 마음은 부자다. 그러나 진짜 마음의 짐은 따로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교우들 걱정이다. 다가오는 인생의 추위를 잘 대비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던 문제는 해결이 되었는지... 마음의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었는지...

어느 선배목사님이 목회란 교우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어서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목회자가 현장을 떠나는 순간 교인은 무너진다고 하셨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목사 같다. 함께 고민하고 같이 서있을 뿐 교우를 일으켜 세우는 일에는 여전히 서툴다.

매일 매일 능력의 한계를 느낄 뿐이다. 장기결석교우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의 짐은 놓지 않으려 한다. 답답하지만 기도하려한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없기 때문이다.

다음 주 홈커밍데이를 준비하며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어쩌지? 실망만 안고 끝나면 어쩌지? 그러나 이렇게 혼잣말로 마무리한다. 다음 주일은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마음의 짐을 포기하지 않는 날... 영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날... 그렇다. 그 다음은 하나님이 하신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