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는 충격적이고 우울하였다. 쌀쌀해진 새벽 날씨 때문에 장롱을 열어 옷 정리를 했다. 여름정장은 정리하고 겨울정장을 꺼내어 입었다. 아뿔싸, 옷이 작아졌다. 건조해서 겨울옷이 줄어버린 것일까?

너무 방심하고 있는 사이 몸무게가 불었다. 그것도 지난 옷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늘어버렸다. 아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옷을 사야할 것 같아.” 아내 왈 “그냥 몸을 줄여. 관리 좀 해. 너무 심해.”

생각해보니 체중계에 올라가본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음식량은 생각도 않고 먹었다. 짠 것 매운 것 가리지 않고 드셨다. 아마 공사 시작한 즈음인 것 같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몸이 힘들어 먹는 것으로 때웠다. 어쨌든 많이 먹었다. 그게 팩트이다.

아내와 합의를 했다. 살도 빼고 옷도 사고... 체중 감량할 때까지 최소한의 옷만 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세 가지를 다시 시작했다. 1번 체중계 올라가기, 2번 물 자주 마시기, 3번 밤 8시 이후 간식 금지.. 분명 갑갑한 일이다. 불편하다. 하지만 사나흘 지나니 뭔가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1kg 정도 빠져있었다.

내친 김에 삶의 다른 부분도 관리해보기로 했다. QT, Lectio Divina, 아이들과 대화, 부부간의 공감... 물론 이런 추상적인 가치들을 재어볼만한 체중계는 없다. 대신 영적으로 싱싱했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다. 또한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잘 살펴보았다. 결과가 비참했다. 관리 허술에 따른 심각단계... 그래서 매일 저녁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적 체중계에 내 영혼의 무게를 재어보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중세교회의 타락이 없었다면 종교개혁은 없었다. 95개조 반박문도 붙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가톨릭교회... 타락의 이유는 체중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있어도 자주 올라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의 교회들이 구교의 전철을 밟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체중계가 필요하다.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자신부터 자주 올라가자. 그리고 자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