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여전도회 가을소풍은 조금 늦었다. 몇 번 계획을 잡으려는 것을 예배당보수공사 때문에 미뤘다. 권사님들의 교회 사랑이 깊으신 까닭이다. 하는 수 없이 추석 연휴를 지나고 더 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고 졸랐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2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모여 길을 나섰다.

이번 나들이 주제는 “서울구경”이었다. 마침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억새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를 정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밥 짓는 소리가 들렸다. 점심식사는 권사님들이 서로 나누어 장만하셨다. 찰밥이며 불고기며 겉절이며... 알차게 준비한 음식 위에 따끈따끈한 순두부까지 얹었다. 이제 준비 끝... 다함께 차에 올라 서울로 출발하였다.

맹꽁이차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억새들... 무리지어 흔들리고 있었다. 공원 한편에는 분홍빛 코스모스들이 예쁘게 단장하고 있었다. 가을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무엇이 억새인지, 무엇이 코스모스인지, 무엇이 어머님들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가을에 모두 물들어버렸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식사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분주한 손놀림, 정겨운 나눔,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그래, 이래야 우리 교회지 하고 마음이 뿌듯해졌다. 정말 밥이 많았다. 그런데 그 밥을 다 먹어버렸다. 취하듯 밥을 먹은 것이 오랜만인 것 같다. 그만큼 정성이 담겨 있었다. 엄마의 손맛... 행복한 꿀맛이었다.

정리하고 월드컵구장으로 이동했다. 솔직히 축구장은 1여전도회 어머님들의 관심 밖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팔짱을 끼고 삼삼오오 축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에 앉아서 잔디 냄새에 흠뻑 젖었다. 기념사진 몇 방을 찍고 선수대기실로 내려갔다.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선수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 또한 즐거워하셨다. 계속 사진을 박으셨다.

갑자기 우리 어머님들 속에 감춰져 있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소녀”였다. 지난 시간 숱한 어려움 속에서 가정을 지키면서 잠시 내려놓았던 소녀의 눈동자가 다시 빛나고 있었다. 마음 한편이 찡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우리의 소녀시대, 참 좋으세요. 참 예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