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끝나고 있다. 다시 이런 꿀휴가를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을 정도로 이번 추석연휴는 참 길었다. 예전 같으면 명절을 마치고 숨 돌릴 여유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이번 연휴는 정리도 하고 생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느긋했다.

일단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온천에 갔다. 놀라운 것은 이 계획을 제안한 것이 요셉이었다는 것이다. “아빠, 사우나 가고 싶어요.” 어린 녀석이 무슨 사우나인가 싶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온천에 들어가 보니 탕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것이 요셉이었다. 아내가 밥은 맛난 거 먹고 싶다고 해서 유명한 된장집에 들렸다. 모두가 만족해하는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연휴가 하루 남았다.

다음 날 친구를 교회로 불렀다. 죽마고우인데 전도하려고 계속 기도하는 친구였다. 같이 식사를 하고 인생사는 얘기를 하고 차를 마셨다. 친구를 보냈다. 그래도 반나절이 남았다. 애꿎게 이전도사님을 불러냈다. 배 한 박스를 들고 교회 후원기관을 방문했다. 인사를 드리고 교회로 돌아왔다. 그래도 저녁까지 3시간이 남았다.

요셉이 학교를 방문했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만히 옆에 앉았다. 예지가 달리기를 하자고 했다. 뛰었다. 철봉에 매달리는 것 봐달라고 했다. 같이 철봉놀이를 했다. 요셉이와 정글짐에서 잡기놀이를 했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친구 녀석도 괜찮았는지 문자를 보내왔다. 아내도 더 상냥해진 듯 했다.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대단한 보람이나 값비싼 소비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소한 시간이 아닐는지... 사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도 주님과 함께 하는 사소한 삶이다. 같이 철봉에 매달리고 같이 묵은 대화를 나누고 같이 사우나에 가고 같이 밥을 먹고... 임마누엘의 주님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삼일가족은 당장 더 행복해질 수 있겠다. 주일 단 하루만이라도 옆 형제자매와 함께 사소한 시간을 보내자. 그곳에 주님이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