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강력범죄사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응암동 염산투척사건 등 입에 담기도 힘든 폭력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일련의 사건들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범죄의 잔혹함과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 때문이다.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적 범죄가 늘고 있고, 가해자의 대부분에게 일말의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재미 삼아 저지르고 폭력 자체를 즐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피해자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고 웃으며 동영상을 찍는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그 원인을 헤아려보면 공감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 금요일 충주지원에서 의미 있는 재판이 있었다. 인터넷기사 살해사건의 공판이었다. 검찰에서는 증인으로 피해자가족을 세웠다. 피해자의 소리를 직접 듣고 권익을 보호하려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결정이었다. 증인석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살해당한 인터넷기사의 딸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참아가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아침에 저를 학교에 태워주고 간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저희 가족 먹여 살리려고 열심히 일만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판사님” 딸의 진술에 법정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가해자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아마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그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진 못했을 것이다. 내 분노, 내 상처, 내 아픔에 집착한 나머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폭력의 시작이었다.

어쩌면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다툼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상대방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많은 갈등이 예방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우리의 공감능력이 증폭될 시간이다. 마음을 열어 가족을 이해하고 이웃을 돌아본다면 명절증후군이나 스트레스는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예수님의 십자가는 공감이다. 우리의 아픔을 품기 위해 성육신하셨고 십자가를 지셨다. 그렇다. 공감하자. 그리고 승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