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팬이 아니다. 야구장엔 갈지언정 축구장에 가지 없는다. 한두 골로 승부가 나는 축구는 감질나서 못 보겠다. 하지만 유일하게 보는 축구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경기이다. 애국심 때문인지 2002 월드컵의 향수 때문인지 몰라도 꼭 챙겨보게 된다.

지난 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이 있었다. 우즈벡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0대0 무승부...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붙은 게 아니라 이란이 잘해서 덤으로 붙었다. “월드컵 9회 연속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없었다. 그만큼 경기가 허접했다. 골대를 2번이나 맞추고 골대를 코앞에 두고 헛발질을 했다.

대표팀이 귀국했다. 찬사 대신 비난이 쏟아졌다. 멋쩍은 표정을 하고 출구를 빠져 나온 선수들은 조용히 해산하였다. 각종 사이트에 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한 기사들이 올라왔다. 실망한 팬들의 분노의 댓글도 달렸다. 잠시 후에는 감독 교체론까지 흘러 나왔다.

패기를 잃은 대표팀, 말이 앞서는 감독, 방향성 없는 축구협회... 물론 타당한 분석이다. 이해할만한 실망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빠졌다. 현실감 없는 팬들의 기대이다. 한국축구팬은 아직도 월드컵 4강 신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에 빠져 부실한 K리그를 잊고 있었다. 물론 기대가 크고 비전이 크다고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감이 없는 비전은 말 그래도 탁상공론이다. 발전은 없다. 실망과 비난만 남을 뿐...

나는 교회에 대한 시각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큰 비전, 큰 부흥, 큰 성장, 엄친교회의 성공적 목회방식... 모두 좋다.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봐야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골을 넣고 Goal도 얻는다. 비전은 오늘 우리가 흘린 눈물을 통해 자라난다. 우리 교회는 물론 작은 교회이다. 부족한 것이 많고 모자란 것도 많다. 하지만 나는 오늘 맨땅에 헤딩을 한다. 희망이 있기에... 함께 헤딩할 형제자매가 있기에... 우리는 분명 좋은 교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