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은 한국의 모든 식탁들이 홍역을 치르는 시간이었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시작된 난리가 급기야 DDT치킨으로 번졌다. 가정집에서 만든 줄 알았던 콩국에서는 1억 마리의 세균이 발견되었고, 밤 허기를 채워주던 족발에서는 기준치의 123만 배가 넘는 대장균이 검출되었다.

소위 “먹거리 포비아”라고 불리는 식자재파동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란, 치킨, 족발 뿐 아니라 무엇 하나 마음 놓고 밥상에 올릴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먹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식약청의 늑장대처와 오락가락 해명에 새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식탁이 믿을 수 없는 정부를 만든 셈이다. 어쩌면 이번 먹거리파동 속에는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불량과 불신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엉뚱한 연결고리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는 조국교회를 떠올리게 된다. 한때는 조국교회는 나라를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조선민족에게 건강한 영적 먹거리를 제공하던 좋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불량식품을 내다파는 나쁜 식당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횡령죄로 고소당한 대형교회 목사... 성추행으로 구속된 청소년지도자... 사기죄로 수감된 불량목회자... 물론 몇몇 지도자들의 횡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이들에 대한 실망으로 교인들의 마음속에 불신이 점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걱정되는 이것이다. 불량과 불신으로 무너지는 한국교회가 하나님 말씀의 권위마저 훼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말해도 듣지 않고 무엇을 전해도 믿지 않는 닫힌 귀, 굳은 마음이 우리 교회들의 미래가 될까봐 무섭다. 먹거리 포비아보다 훨씬 두렵고 괴롭다. 이은화 전도사님이 요즘 내게 자주 하는 말씀이 있다. “그래도 주님이 계시는데요. 하나님이 하실 거예요.” 그래, 그 말이 정답이다. 믿음은 두려움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