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감사예배를 은혜 가운데 잘 마쳤다. 새벽까지 음향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가슴을 졸였지만 정말 은혜로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맥이 빠져 집에 와서 누웠다. 눈을 떠보니 모두 자고 있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고요함 속에서 새벽말씀을 묵상했다.

이래저래 쫓기며 살아온 지난 2달간이었다. 묵상 역시 쫓기듯 때웠다. 평안하게 강단에 서 본지 오래인 것 같아 참 마음이 그랬다. 더구나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눈 지도 오래인 것 같아 미안했다. 자고 있는 요셉이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내가 왜 자고 있는 애를 깨우느냐며 꾸중을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휴가에는 묵상도 많이 하고 아이들과도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그렇게 휴가를 떠났다. 요셉과 예지는 흥분한 채 계속 재잘재잘 떠들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풀었다. “아빠, 빨리 바다 보러 가요.” 아들 손을 붙잡고 해변으로 급히 내려갔다. 예지가 말했다. “아빠, 바다 처음 봐요.” 아내 왈 “예지야 작년에도 봤잖아. 왜 그러니?” 아마도 신이 나서 지난 기억을 잠시 잃었나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 역시 기뻤다.

갑자기 큰 파도 밀려왔다. 깜짝 놀라 급히 파도를 피했다. 아뿔싸! 문제가 생겼다. 바지에 있던 핸드폰이 바다에 빠져버렸다. 핸드폰이 손난로처럼 뜨거워졌다. 결국은 꺼져버렸다. 다음날 AS센터를 찾았다. “손님, 아예 부식되어버렸어요. 수리가 어렵습니다. 데이터도 날라 간 것 같아요.”

당혹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아내가 말했다. “오빠 진짜 휴가네.” “그래 휴가면 마음이 쉬어야지.” 나는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휴가에 매진하기로 했다. 요셉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예지와는 장난을 치며 놀았다. 오랜만에 아내와 말싸움도 했다.

요셉이가 달라지고 있었다. 예지는 더 영악해졌다. 아내는 많이 참았던 것 같다. 핸드폰을 끄고 사소한 시간을 함께 보내니 가족이 더 잘 보였다. 그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소한 시간임을... 마음을 나누는 사소함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