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으세요?"
 

교회를 방문하는 지인들이나 지난 교회의 교우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바로 ‘힘들지 않으세요?’이다. 교회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로 대개 재정문제를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다. 혹은 부교역자 없는 탓에 사역하면서 외롭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의 경우 힘든 사역지로 왔다며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손을 붙들고 울기도 하셨다.

이러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나는 대부분 웃음으로 때운다.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웃음만큼 적절한 표현이 찾지 못했다.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지난 반년 간의 사역을 돌아보면 분명 힘든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참 행복했다. 부족한 것 때문에 곤란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참 마음이 부자 같았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야밤형 부엉이’로 살아온 청년시절을 생각하면 매일 새벽강단에 오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깨지 않은 정신으로 강단에 오른 적도 꽤 있었다. 그러나 강단에 올라가서 조용히 기도하시는 권사님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내 따뜻해진다.

넉넉하지 않은 재정을 걱정하며 사역을 준비하는 것은 편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회를 섬기기 위해 오시는 집사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리고 부족한 목사인데도 불구하고 “목사님, 우리 목사님”하시며 섬겨 주시고 따라 주시는 교우들의 손을 붙잡을 때면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줄 수 없는 행복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만 떠오른다. ‘하나님의 은혜...’

“힘들지 않으세요?” 누군가 내게 다시 질문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네, 많이 힘들어요. 주신 사랑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귀한 형제자매와 함께 사역하게 되어 황송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은혜를 받기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