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신나고 은혜로운 운동회를 마쳤다. 돌아오는 길, 고생하신 스텝들과 차 한잔을 하며 간소한 뒤풀이를 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준비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 오늘 새롭게 발견한 교인들의 매력들, 그리고 앞으로 함께 만들고 싶은 내일의 그림들을 풍성히 나누었다.
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제일 먼저 찾은 것은 대형 파스... 마지막 줄다리기에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짜냈더니 허리가 뻐근했다. 얼마 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목사님, OOO가 없어졌어요.”
분명 강도사님이 교회에 내려줬단다. 집으로 가는 걸 지켜봤단다. 심지어 어디 가는지 물어봤단다. 분명 친구 집 들렀다가 간다고 그랬단다. 그런데 집에서 연락이 왔다. 교회에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친구 집에 간다고 전했더니 OO이는 친구가 없단다.
갑자기 머리끝이 바짝 섰다. “일단 교회에 없는지 찾아봅시다. 핸드폰이 있는지 확인해 보구요.” 교회에 없단다. 핸드폰도 정지됐단다. 난감함 그 자체... “목사님, 어떻게 할까요? 나가서 찾아볼까요?”
“신고를 해도 어머님이 하셔야 하고, 찾아보려면 대충 동선이 그려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일단 연락이 될만한 교회 친구가 있으면 알아봅시다. 그리고 기도해야죠.”
잠이 바짝 깼다. 실종신고방법을 알아보았다. 전도사님은 걱정이 되어서 교회 근처를 찾아다녔다. 교역자 모두가 마음을 태우며 기도했다. 그래도 가장 난감했던 분은 부장님이셨을 듯... 그렇게 몇 시간 후 밤 9시가 돼서야 문자가 왔다. “OOO가 지금 들어왔대요.”
OOO이는 운동회가 기대된다며 아침 일찍 교회에 왔다. 신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모르는 친구집에 갔다가 늦게 귀가한 것이다.
휴... 다행이다. 아무 일 없는 것이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오늘도 그랬다. 신나는 운동회도 감사했지만, 아무 일 없는 것이 더 감사했다. 대단한 마무리, 그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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