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뜻하지 않은 순간이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예상대로 풀리지 않아, 당황하고 답답하고 막막하게 되는 시간이 있다. 내게는 지난주가 그랬다. 사나흘을 계획하고 떠난 단기선교... 일정은 간단했다. 한 곳 탐방, 한 집 방문...
새벽녘 공항에 도착한 후 제대로 눕지도 않은 채 장거리 탐방길을 나섰다.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곳이라 내심 기대가 컸다. 오후 늦게 쯤 목적지에 도착하여, 두세 곳 돌아보고는 숙소로 향했다. 짐을 풀었다. 마음도 풀었다. 그런데 그때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진도 3.5... 그날, 나를 반기기라고 하는 듯 땅이 흔들렸다.
다음 날, 짐을 챙겨 현지사역자를 만나러 떠났다. 오랜만의 만남... 많이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안쓰러웠다. 함께 차를 한잔하면서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들었다. 함께 위로하고 기도를 한 후 밤늦게 베이스로 출발했다. 피곤에 지쳐 짐도 풀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일정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선교사님 가정과 식사를 하고자 식당에 들렀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멈추질 않았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비가 뚝뚝 떨어졌다.
예사롭지 않은 폭우... 돌아갈 길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현지 기상상황악화로 예약하신 항공편이 결항 되었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뭔 일인가 싶어 여행사로 연락했다. 한참 만에 연결된 전화... 잘 모르겠단다. 내일 가봐야 알겠단다.
갑자기 멘붕... 사역자들에게 상황을 알리고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이유를 다 알 수 없으나, 남아있는 시간 동안 기도하며 정리해야 할 듯 싶었다. 내려놓고 올려드린다. 잠시 후 연락이 왔다. “토요일 새벽 항공편 재개” 보너스로 얻은 시간, 선교사님과 일상을 같이 했다. 웃고 떠든다. 기도한다. 뜻하지 않은 당황스러운 순간, 하지만 이 또한 은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