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은 내게 정말 고난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바라보기 때문일까? 성금요일을 금식하며 보내야 하기 때문일까? 은혜로운 부활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일까? 모두 아니다. 이 한 주간에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이유는 같은 설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십자가, 구원, 은혜, 그리고 사랑... 매년 같은 주제의 설교가 반복된다. 물론 처음 몇 년은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면서 나름 신선한(?) 말씀을 전했다. 그러나 10년이면 족했다.

점차 같은 소재, 비슷한 내용들이 돌기 시작한다. 어차피 교인들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성도들은 다르다. 꼼꼼히 기록을 남기시는 분도 있고,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놓는 분도 있다.(가끔 저번에 들은 얘기라고 하면 등골에 식은 땀은 흐른다)

문제는 나다. 말씀을 전할 때마다 스스로 괴롭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국내외 유명스피커들을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아직 고민을 해결해줄 은인은 만나지 못했다.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왜 십자가가 더 이상 감동이 아닐까? 이 고된 질문을 가지고 특새를 준비했다. 일부러 말씀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매일성경 본문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래서 제목도 매일 십자가...

단지 방법을 바꿨다. 말씀준비만큼 말씀체험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첫째 날 섬김의 십자가... 조용히 주위 몇몇분을 섬겼다. 둘째 날 순종의 십자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묻고 하나라도 순종했다. 그리고 용서, 대속... 말씀 발자국을 하나라도 남기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은혜의 십자가를 전했다. 강단에서 내려오면서 마음 깊이 뭔가 모를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작년과는 다른 작은 변화... 그렇다. 십자가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문제였다. 십자가는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살아내는 것임을 잊고 있었다.

하루 내내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말씀드린다. 그렇게 고난주간이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