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한밤을 지나니 개나리가 피고, 다시 한밤을 지나니 목련이 봉오리를 열었다. 나는 꽃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지만, 그래도 봄을 맞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장롱 깊이 숨어있던 봄옷을 꺼냈다.

걸쳐 입고는 교회에 오는데 마당에서 집사님 한 분을 만났다. 평소에 화단을 관리하시는 분인데, 나무를 쳐다보고 계셨다. “저 나무는 죽었나 봐요. 아무 변화가 없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안그래도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심으려 했어요. 유실수가 좋을 것 같아요.”

‘괜한 말씀을 드렸나?’ 목양실로 들어오며 혼자 말을 한다. 인사조로 드린 말씀인데, 짐을 얹어 드린 꼴이 돼버렸다. 담임의 한 마디가 성도들에게 짐도 되고 힘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했다.

다음 날, 불이 왔다. 영남지방의 온 나무가 재로 변했다. 산불이 꺼지도록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비가 왔다. 또 다음 날 눈보라가 쳤다. 곧 4월인데 눈... 낯설지만 이 눈발로 아직 남은 잔불이 꺼질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온다. 교회 마당 한곁에 집사님이 계신다. 뭔가를 열심히 묻으시는 중...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집사님은 말씀하신 대로 새 나무를 심고 계셨다. 눈보라에도 이 난리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삽질을 하고 계셨다.

“집사님, 이게 무슨 나무인가요?” “감나무요. 큰 거 열리는...” “아! 얼마 지나면 감이 열리겠네요.” “흙이 안 좋아서 안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장로님댁 가서 좋은 흙을 퍼왔어요.” 집사님은 아침부터 흙을 나르고, 화단을 갈아엎고, 나무를 심고 계셨던 것이다.

그 모습이 은혜가 되었다. 마치 우리 교회 같았다. 좋은 나무가 되기 위해 우리는 마음을 갈고 새 소망을 부어 넣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여실 새봄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 감나무에 잎이 열릴 즈음,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좋은 소식을 주실 줄 믿는다.

그래, 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