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목양실에 입주했다. 교회에서 배려해주셔서 새롭게 인테리어를 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책꽂이와 샤워공간을 갖게 되었다. 아내가 바라던 대로 집에 있던 큰 탁자와 책들을 옮겼다. 옷장은 성례가운과 양복으로 채웠고, 교우를 위해 작은 티테이블도 하나 마련했다.

청소를 돕던 아내가 지나가듯 한마디를 한다. “잠깐 쉴 수 있는 소파나 이동식 침대가 있으면 좋겠네요.” 사실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접었다. 여건이 여의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가 말을 꺼내 주니 이때다 싶어 이렇게 말했다. “그럼, 당근을 하나 해볼까?”

일주일을 뒤져 라O라O 하나를 찾았다. 사용기간이 6개월... 쿠션도 좋고 상태도 좋아 보였다. 제품을 확인 후 직거래를 했다. 봉고에 싣고 돌아오는 길...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한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소개글처럼 제품에는 하자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를 놓쳤다. 침대에 배인 전 주인의 체취...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방안 가득 그 냄새가 진동했다.

탈취제를 뿌리고, 피톤치드를 부었다. 하지만 좀처럼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항균티슈로 몇 번을 닦는다. 그렇게 일주일... 냄새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피말리는 며칠의 싸움... 흥미로운 것은 이를 통해 색다른 묵상이 열렸다는 것...

사람의 몸에는 3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거기에서 나오는 분출물이 곧 체취가 된다. 그런데 성별, 나이, 식습관, 질병에 따라 의해 체취가 달라진다고 한다. 즉 뭘 먹고, 뭘 했고, 어디가 아픈지에 따라 다른 냄새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취란 우리의 인생 자체인 셈...

좀 힘들긴 해도 체취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영혼의 체취는 어떨까? 바울은 성도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했는데 정말 내가 남기는 것은 향기일까? 아니면 냄새일까?

십자가 보혈로 매일 씻지 않으면 나도 역겨운 냄새를 피우고 다니는 그놈(?)이 될 수 있다. 명색이 목사인데...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