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마치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과 같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발 빠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그리고 시끄러운 탄핵 표결과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극히 감정적이며 충동적이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인데, 대통령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불편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길은 항상 쉬운 오답을 남길 뿐...

문제는 이 모든 나쁜 결과가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들과 자리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은 항상 힘겨운 자리에는 없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기도할 때이다. 주님의 샬롬이 이 땅을 다스리도록 마음을 다하여 간구할 때이다.

지금 청년들이 교회에 와서 열심히 성탄절 준비를 하고 있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표정은 아니다. 웃고 또 흐뭇하고... 세상은 시끄러운데 교회는 평안하다. 이게 맞나 싶은데, 이래야 그나마 살 것 같다.

나는 이번 성탄이 다른 해보다 따뜻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진 이곳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잠시라도 교회를 통해 언 발을 녹였으면 좋겠다.

노숙자분들도 돕고, 범골 이웃들도 섬기는 귀한 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추운 날씨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 동생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고 싶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하루라도 세상 걱정 안 하고 같이 웃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게는 그런 기억들로 성탄절이 채워져 있다. 가난하던 어린 시절에 교회에서 먹던 과자 부스러기...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던 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넘기던 떡국 한 그릇... 세상 끝에 선 듯 절망하던 청년 시절 형님 누님들과 함께 지내던 성탄의 새벽...

따뜻한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 기억들을 선물하고 싶다.

올해 12월은 계엄선포와 정쟁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함께 웃고 축복하는 성탄의 기억으로 마무리되길... 우리라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