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눈이 내렸다. 예보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많이 내렸다. 물을 많이 머금은 습설이란다.

그래서 인지 창고 천장이 무너지고, 하우스가 통째로 내려앉았다. 세차게 바람까지 분다.

말 그대로 엄동설한(嚴冬雪寒)...

새벽에 일어나 급하게 차 위에 쌓인 눈을 치웠다. 미끄러지듯 바퀴를 움직여 교회에 도착하니 겨우 세이프... 놀라운 것은 이 날씨에 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 자리를 지키는 성도들이 많다는 것이다.

성도들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 마음도 이러한데 하나님 마음은 어떠실까 싶었다. 잘은 몰라도 오늘 기도만큼은 두 배로 응답하실 것 같았다. 강단에서 내려와 기도를 드린다. ‘주님, 길이 미끄러운데 우리 교인들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교인들을 보내고 예배당을 정리한 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여성 한 분이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이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 무슨 일인가 싶어 절뚝거리며 달려갔다.

한 손에 제설삽을 들고는 얼굴이 상기된 채 손짓을 하고 계셨다.

“어떤 일이시죠?” “여기 눈을 치워야 해요. 차로가 미끄러워서 잘못하면 사고 나요.

그리고 인도는 더 그렇구요.” 마치 시청에서 나온 직원 같다.

능숙하게 제설제 박스를 열고는 부대를 찢기 시작했다.

“아, 제가 다리가 다쳐서... 어쩌죠.” 하지만 핑계를 댈 틈도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결국 막삽으로 부대를 찢고는 도로 여기저기에 염화칼슘을 뿌렸다.

눈은 내리고 길은 미끄럽고 숨은 차오른다.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그분은 얼굴도 보지 않고 인사를 하시고는 갑자기 뛰어가셨다.

“포천에 일을 가야 해서 서둘러야 돼요.” 달아나듯 사라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 되었다. 시청직원이 아니라 그냥 동네 주민이었다. 의기 넘치는...

요즘에도 이런 분이 있나 싶어 놀랐다. 그리고 핑계 대고 피하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음에 뵈면 따뜻한 차라도 한잔 사드려야겠다. 그리고 교회 앞 도로만큼은 꼭 우리가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