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년이 다되어 간다. 내가 처음 우리 교회에 부임한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많이 어설펐던 것 같다. 줄곧 담임목회가 아닌 선교를 준비해온 터라 어떻게 사역을 시작할지 막막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정말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사역을 했다. 차를 팔아 리모델링을 시작하고, 계산도 없이 구제 사역을 시작하고, 틈나는 대로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새벽에 눈 뜨고 교회로 나서면 어느새 밤이었다.

그때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교인 300명...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 그냥 그렇게 달렸다. 그러다 지치면 잠시 누웠다가, 기운을 차리면 다시 교회에 왔다.

그 모습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셨는지 새 식구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물론 왔다가 돌아가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어려움이 있었다.

신구 교인들 간의 갈등... 그 사이에서 미숙한 대처로 상처를 입는 분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점점 지쳐갔다. 300은 먼 숫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럴 때쯤이면 신기하게도 주님의 특별한 위로하심이 있었다. 그리고 연단의 과정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어두운 코로나 시기를 지날 때는 정말 암담했다. 틈날 때마다 땡강 부리듯 기도했다. ‘주님, 그래도 80명은 남게 해주세요.’ 왜 80명인지는 잘 몰랐다. 그게 내게는 기드온의 양털 증표와 같았다. 그렇게 교인들과 3년을 버텼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철없는 내 기도에 응답해주셨다. 그리고 전혀 계획에도 없던 합병절차가 시작되었다.

장장 2년의 시간... 그 사이 알게 모르게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겸손을 배우고 기도를 익혔다. 그리고 삼일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주 토요일... 준비해온 합병감사예배를 드린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그 시작을 위해 오늘 이곳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린다. 지금 내 심정은 요즘 말로 할많하않... 굳이 한마디만 한다면...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우리 삼일가족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