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름 아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때문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마른하늘의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전해졌다. 매년 후보에 오른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이렇게 쉽게 그리고 갑자기 결정될 줄은 정말 몰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강 작가의 이력이다. 이분은 유학파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 말을 하고, 우리 문학을 읽고 자라온 토종 한국 문인이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중견작가다. 대를 이어 글을 써온 우리나라 대표 문인 가족인 셈이다. 더구나 한글날을 즈음하여 이 소식이 전해졌으니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한류의 영역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놀라운 일이다.

대중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반나절 만에 13만 부가 판매되었다. 심지어 국내 유명서점에는 개점과 동시에 책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낯선 광경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모두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 여류소설가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역사왜곡소설로 깎아내리며, 이번 문학상이 중국에 돌아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스캔들에 연루되었던 유명인(?)은 노벨상이 매우 정치적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 같아 유쾌하지 않다. 모든 일을 좌와 우로 나누어 판단하는 편협한 사고가 궁색하고 옹졸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말처럼 이번 노벨상 수상은 정치적이다. 참고로 이번 평화상은 반핵단체인 일본 “히단쿄”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스웨덴 한림원은 이를 통해 전하려는 것은 이것이다. 반전, 그리고 평화... 세계 곳곳에 번져가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에 제동을 걸고 싶었던 것이다.

평화에는 좌우가 없다. 또한 여러 이유가 필요치 않다. 평화는 생명이고 생존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이유는 한 영혼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이다. 세상 가운데 참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주님이 평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