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설교자다. 아무리 사역을 잘해도 설교를 실패하면 반타작이다. 왜냐하면 가르치는 사역은 목사의 직임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목회자는 불리하다. 설교가 너무 많다. 매일 설교한다. 특별히 설교한다. 더구나 기대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강단에 설 때마다 은혜를 끼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선배 목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홈런을 치고, 나머지 한두 번은 평타를 쳐도 잘한 거라 하셨다.

더구나 목회자에게는 이런저런 사역들이 많다. 정신을 놓고 있으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그래서 독서를 하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잠을 빼서라도 책을 읽으려 하지 않으면 금방 주말이 된다. 기도가 부족한 설교도 문제지만, 독서가 모자란 설교는 더 문제다.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그저 그런 설교가 된다.

나는 주일설교를 준비하는데 꼬박 3일이 걸린다. 다른 목사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능력이 부족한 탓에 그마저도 부족하다. 본문을 찾고, 주제를 찾고, 묵상을 하고, 적용을 하다 보면 주일 아침이다.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어떤 날은 밤을 새고 선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과 같이 특별한 예배를 기획하며 특별한 설교를 준비하자면 심리적 압박이 최고조가 된다. 잘하려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책임감 때문이다. 영혼에 대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한 달 전부터 준비했다. 그런데 말씀본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전체적인 흐름 또한 수시로 변했다. 지금은 반은 내려놓았다. 잘하는 설교가 아니라, 은혜로운 설교를 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야 주님이 만지시니까... 그래야 주님이 역사하시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실 목사는 통로일 뿐이다. 말씀은 함께 받는 것이다. 은혜 역시 함께 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다. 함께 모여 가르침을 받는 곳... 우리의 설교자는 바로 하나님이시니까...

이번 기도회는 그렇게 특별했으면 좋겠다. 함께 예배를 준비하며, 다시 하나님과 함께 일어서는 시간... 믿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