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룡역 주변에는 새벽마다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교회 앞 삼거리부터 회룡역 대로까지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 옆 청과물가게 때문이다. 원래도 싼데 지금은 더 그렇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니 과일이니 가격이 한 움큼씩 올라가는데, 그나마 이곳은 박리다매를 유지하며 할인가격에 판매한다.
줄을 선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MZ나 X세대는 더 이상 명절음식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한가득 식재료를 담고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이 뒷모습은 한편으로는 정답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 원래도 그랬는데 날씨 탓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 5일 한국경총에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기업 2곳 중 1곳(49.1%)이 추석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더구나 의료분쟁으로 인해 전국종합병원 응급실 상황도 좋지 않다. 오죽하면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방송을 통해 생선전 먹지 말라고, 목에 가시라도 걸리면 대응이 어렵다고 경고할 정도다.
인심이 나와야 할 곳간도 어렵고, 웃음이 나와야 할 밥상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며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지만, 정작 걱정되는 것은 안전과 안심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더욱 힘든 이들은 대부분 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명절 연휴에 사랑의 반찬사역은 스페셜했다. 전도 부쳐 보내고, 나물도 무쳐 보내고, 떡도 더해 드렸기 때문이다. 통합을 앞두고 적잖은 어수선함들이 있어서, 이번 추석은 힘들 듯했다. 그런 즈음 권사님이 찾아오셨다. “목사님, 이번 음식은 제가 해 보낼게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혹 하나 더 달아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했다. “너무 고맙죠.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실 거예요.” 사실 제일 해피한 것은 나였다. 마음이 흉흉해질 수 있는 이 시절에 따스함을 전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올해도 해피 추석! 감사함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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