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교회가 처음으로 문을 연 날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겠시지만 사실이다. 교회 예배당에서 처음으로 외부기관 행사가 있었다. “십대지기”라는 단체인데, 의정부 지역의 청소년 사역을 감당하는 곳이다. 각 학교에 있는 기독학생모임이 연합으로 예배드렸다.
아침부터 등에 악기를 진 아이들이 삼삼오오 교회로 들어왔다. 잠시 후 간사님 몇 분이 와서 정리를 하신 후 곧 찬양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좀 성가셨다. 토요일이라 안 그래도 바쁜데, 음향이며 강단이며 여러 세팅을 도와줘야 하니 마음이 부산했다. 더구나 토요일 다른 교회 모임들이 있는데 혹시나 교인들이 불편해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연주도 뭔가 어설프고, 보컬도 부족하지만, 이 시간에 여기에 나와서 열심으로 예배를 준비하는 모습이 이뻤다.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합니다.” 전도사님께 뒷일을 부탁하고 장로님들을 뵈러 삼성교회에 갔다. 점심이 지나서 리더모임을 하러 교회로 돌아왔다.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카페로 몰래 들어와 염탐을 했다. 함께 기도하고 축복하는 중이었다.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으나 흐뭇한 온기가 심장 밑으로부터 올라왔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더할 나위 없이 귀해 보였다. 그들은 핸드폰 앞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있었다.
리더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예배당... 예배는 끝나고 아무도 없었다. 교회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한다. 바닥에 떨어진 과자조각들... 전도사님께 괜히 한마디 한다. “아니, 뒷정리 잘하고 가라고 챙기셨어야죠. 여기 보세요.” “대충 챙기고 그냥 가라고 했어요. 어차피 저희가 청소할 텐데요. 아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예배드리는 게 좋아서요.”
전도사님도 내 마음과 비슷했나 보다. 교회라는 게 별건가? 우리 신앙을 잘 지키고, 우리 아이들에게 신앙을 잘 넘겨주면 그만 아닌가? 왜 우리가 지금 합병을 하고, 왜 교회를 새롭게 세우려는 지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그래, 이러려고 그랬다. 이게 우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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