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아무도 몰랐다. 내 차 온도계에 46도가 찍힐 줄은... 핸들을 잡다가 너무 뜨거워 급히 손을 뗐다. 내 기억으로는 국내외 생활 다 합쳐 처음인 것 같다.

“아빠, 에어컨 계속 틀면 안돼?” “열 받으면 어떡하려고... 쟤도 가끔 쉬어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전기세 걱정도 조금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열대야가 26일째 이어지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에어컨을 켜놓았다. 118년 만의 기록이라는데, 나는 그것보다 요금이 118% 늘어 날까봐 더 불안하다.

“이럴 때 피서를 가야 하는데...” “가봤자 거기가 거기지. 한국 땅 전체가 전자렌지 안인데...” TV를 봤더니 이런 말이 등장했다. 폭염 터널... 그래, 우리는 지금 터널을 지나고 있다.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뜬금없지만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더위에 교회 여름행사가 잘 마쳐진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휴가를 바쳐가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우리 청년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물심양면으로 청년들을 돕고, 교회를 위해 애쓰신 진짜 어른들이 감사했다.

무엇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아무도 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주님의 손길... 우리의 가장 큰 감사는 바로 하나님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주님, 감사해요.”

더위가 꺾이고, 태풍이 한두 번 왔다 가면 결국 청량한 가을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내년을 위해 도토리를 주워야 한다.

다음 세대를 일으킬 소망의 도토리, 하나됨을 위한 사랑의 도토리, 그리고 새로운 부흥을 위한 은혜의 도토리... 우리 교회는 이제 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목사님, 요즘 많이 힘드시죠?” 주위에서 교우들의 따뜻한 걱정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촉촉해진다. 더위를 식히는 단비처럼 한 마디의 격려와 한 마디의 위로가 쌓일 때 우리는 아름다워 진다.

“괜찮아요. 권사님 때문에요;; 가을에 다 같이 단풍 보러 가요. 도토리도 줍고요.” 아무래도 올해 가을을 도토리가 풍년일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