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사역을 시작한 것은 청년 때였다. 사실 나는 그럴 마음이 별로 없었다. 내 갈 길 바쁘고, 내 살길 막막한 그런 시기였다. 그렇게 거룩하고 위대한 일에 내 삶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가 찾아왔다. 자기를 도와 달라고... 외대 캠퍼스 간사로 헌신할 마음인데 간사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따라만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약하고 허술한지라 그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처음 방문한 대학 선교회... 몸집이 곰만한 한분이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가 그 친구구나!”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때 서야 알았다. 반강제로 등록을 하고 돌아왔다. 다시는 안 보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부터 노크가 시작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전화가 오고... 다시 친구가 찾아오고...

그리고 일 년 후 나는 캠퍼스 간사가 되고 말았다. 헌신하겠다던 그 친구는 정작 여자친구가 생겨 중간에 사라졌다. 간사학교는 졸업했지만, 사역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교육 간사님께서 자리가 한곳에 빈다며 얼마간만 땜빵해 달라는 부탁하셨다.

그 부탁으로 시작된 사역... 캠퍼스 간사 1년반, 중국청년사역 1년반, 미국 청년사역 3년, 다시 국내 청년사역 5년... 어느새 나는 명실상부한(?) 청년사역자가 돼버렸다.

사명도 자질도 인격도 부족한 나를 왜 부르셨을까? 그게 나의 오랜 질문이었다.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그냥 나 같은 사람이, 나 같은 고민을 가진, 나 같은 아픔을 안고 청년을 위로하고 함께 하길 원하셨던 것 같다.

오랜만에 청년과 함께 하는 자리... 나는 많이 늙었다. 청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하지만 오늘따라 청년들이 더 이뻐 보인다. 그 웃음이, 그 찬양이, 그 기도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나 같은 사람을 붙잡고 계시는 하나님을 본다. 그래서 아직까지 여기에 있나보다. 그때 그 마음 그 사랑을 기억하라고 이곳에 보내셨나 보다. 이번 수련회에서 제일 은혜 많은 받은 사람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