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버릇이 있다. 잊을만하면 다시 도지는데, 지난주에 드디어 시작되었다. 시간은 밤 12시, 아이들은 이미 방문을 닫고 자가격리(?) 중이었다. 그사이 나는 혼자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 누가 때린 게 아니다. 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궁상도 이런 궁상이 없다. TV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샘이 터졌다.

갱년기라 그런 거라 생각할 수 있겠다. 아니다. 원래 그랬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군 생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가만히 있다가도 스포츠 중계를 보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물론 모든 운동경기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봐도 울지 않는다. 심지어 응원팀 엘지가 우승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4강 때도 눈물 한번 흘린 적 없다.

유독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종목은 육상, 유도, 탁구 같은 개인종목이다. 제일 많이 울었던 게 마라톤이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며 죽을 듯이 결승점을 향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뒤집어진다. 우승자가 고생했던 얘기들과 함께 음악이 섞여 나오면 아예 통곡을 한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냥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열심히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불쌍해 보인다.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일종의 카타르시스...

병인가 싶어 상담자 선생님께 여쭤봤다. 아니란다. 그럴 수 있단다. 오히려 더 그게 좋을 수 있단다. 그리고 지나치듯 한 마디 남기셨다.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그러니 지난주 그렇게 울었다. 이놈에 올림픽 때문에... 최선을 다해 뛰는 우리 선수들 때문에... 그리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내 마음 때문에... 감동은 항상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에는 우리가 있다.

바울은 신앙의 삶이 경주와 같다고 했다. 인내로 달리라 했다. 예수를 보라고 했다. 그러면 주님이 마지막 날에 우리를 반기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그날 주님과 기쁨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그리고 그 눈물 속에 모든 이야기들이 빛나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