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교회의 목사님께서는 등산을 참 좋아하셨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거나, 숨 돌릴 틈이 생기면 바로 산을 찾으실 정도였다. 목사님은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교역자를 이끌고 새벽부터 등산을 하셨다.
목사님의 최애산은 단연 “설악산”이었다. 그래서 교역자 울산바위 등반 스케줄이 잡히면 모두가 미리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곤 하였다. 산이라고는 어릴 때 뒷동산이나 맛동산이 전부였던 나는 적잖이 부담되었다. 어떻게 빠질 수 있을지 아니면 좀 덜 오를 수 있을 수 꾀를 내보려 했지만, 결국은 끝까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산... 흔들바위며 금강굴이며 지나가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목사님의 발꿈치만 바라볼 뿐이었다. 산 중턱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때 신기한 풍경을 지나간다. 등에 잔뜩 짐을 싣고 산을 오르는 사람... 소위 설악산 지게꾼이었다.
그 흔한 등산복 하나 없었다. 자기 키보다 더 높은 짐을 지고는 가뿐하게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말이 없어졌다. 조용히 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내내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 주 그분들의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40명에 달하던 지게꾼 중 이제 한 분만 남았다고 한다. 50년 동안 산을 오르셨다. 많게는 80kg, 적게는 50kg를 나르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기자가 물었다. 당신 인생에 지게는 무엇이었냐고... “지게에 진 짐이 짐이 아니에요, 그동안 나를 밀어주고 띄워준 고마운 존재죠.” 아내는 지적장애 2급, 아들은 마흔이 넘은 자폐인... 이분의 인생은 사실 어깨에 맨 짐보다 훨씬 무거웠다.
하지만 그 짐을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의지했다. 심지어 지게로 번 1억 원으로 독거노인을 돕기까지 했다. “고비를 넘고 또 넘으면 고속도로가 나올지 몰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넘어온 인생의 고비들에 비하면 설악산은 별 게 아니에요.”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보다 더 부끄러워졌다. 불평과 불만이 절반인 오늘, 다시 사명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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