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食口),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알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처음 교회는 밥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하는 그곳에는 항상 밥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별명 부자”셨다. 그러나 많은 별명 중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였다. 입에 담기도 유치한 이런 비난을 당하신 이유는 그들과 함께 밥상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먹기를 탐하는 자라고, 포도주를 즐기는 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주님의 밥상에는 천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비난은 곧 교회의 전통이 되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질이 되었다. 부자와 빈자가 함께 떡을 떼고, 종과 주인이 같이 걸터 앉은 식탁...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전통을 “애찬(愛餐)”이라 불렀다. 그들이 떡을 떼는 곳마다 예수님의 사랑이 임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 권사님께서 콩국수를 말아 오셨다. 예배를 마친 실버분들이 행복하게 면치기를 하셨다. 떡이며 묵이며 과일이며 맛나게 먹었다. 집에서 드시는 것보다, 시켜 먹는 것보다 맛나다고 하셨다. 솜씨도 일품이셨지만, 함께 하는 형제자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다시, 교우들과 함께 다시 식탁에 앉았다. 와보라데이를 앞두고 청소하러 모였다. 끼니때가 되니 뱃시계에서 저절로 알람이 울렸다. 쓸고 닦고 치우던 손을 멈춘다. 거룩한 마음(?)으로 밥상에 모인다.
권사님께서 준비하신 냉면... 맛있다. 오늘을 위해 새로 담근 김치가 한몫했다. 그러나 가장 맛있는 것은 함께 하는 이 자리... 어느새 우리는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식구가 되어 있었다.
내일이면 우리 교회 생일... 벌써 38년이 넘었다.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눈물 나고 아픈 기억도 남았다. 하지만 오늘 이 밥상 하나로 모두 잊는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될 이야기를 꿈꾼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밥상을 차려야 한다. 어떤 밥, 어떤 찬일지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곳에 주님이 계신다. 주님은 우리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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