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도 너무 많다. 없애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하철역, 식당, 편의점, 교회, 심지어 차 안까지... 결국은 우리 주위를 그들이 포위했다. 그러나 이름은 너무 깜찍하다. “러브 버그”, 일명 “사랑 벌레”다.

물론 작년 이맘때에도 가끔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대대적으로 확산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 버그 관련된 불편 신고가 지난해보다 27%가 늘었다고 한다.

의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 주위 유리창에 틴팅을 해놓은 것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더욱 성가신 것은 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밝은 옷을 입고 나가면 어김없이 달라붙어 툭 터져 버린다.

멀리서 보면 머리가 두 개, 가까이서 보면 그냥 두 마리... 자기들끼리는 암수 서로 정다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작은 바퀴벌레 같다. 불청객처럼 차 안에 들어온 이 벌레 때문에 아내가 소리를 친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귀가 후 이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우담 털파리, 바퀴벌레가 아니라 파리였다. 왜 붙어 있나 찾아봤더니 교미 때문이었다. 심지어 교미 이후에도 수컷은 암컷을 떠나지 않는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바람피우지 못하게 하려는 생물의 본능이란다. ‘사랑 벌레’라는 말보다 ‘생존 벌레’가 맞겠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는 것이다. 유충은 부패하는 낙엽을 먹으며 분해를 돕고, 성충은 꽃가루를 나르며 수정을 돕는다. 더구나 때가 되면 작은 새의 배를 채우는 희생도 마다치 않는다.

우리가 오해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다니... 생존을 위해 이렇게 열심이라니... 작은 미물도 알고 보면 이런 사연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어떨까 싶다. 겉모습만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고, 첫인상을 끝까지 잊지 않는 우리의 못된 습관은 사람을 벌레 보듯 만들지 않는가?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그러시지 않기 때문이다. 중심을 보시기 때문이다. 이런 주님을 따르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면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닐까?

러브 버그는 장마가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이때쯤 우리 주위에 미움과 편견도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