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뭘 만들어볼까요?” 수요클래식예배를 시작한 지도 일 년이 훨씬 넘었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확실한 그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한동안 중단되었던 금요어머니기도회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실버 뿐만 아니라 아버지 실버들도 함께 하는 예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 그리고 점심식사도 하고 교제도 하고 싶다는 바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고안된 것이 실버예배였다.

3년 만에 첫 식사를 하고, 실버들만을 위한 간단명료한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2% 부족했다. 권사님 한 분이 제안하셨다. “우리도 뭔가 프로그램을 해보죠.”

어쩔 수 없이 이 전도사님께서 그 어려운 미션을 맡았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이런저런 사이트를 서치사면서... 몇 달이 지나서는 옆구리만 찌르면 프로그램이 나오는 반전문가가 되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가 왔다. 적은 재정으로는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재정을 짜내어 만들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진흙으로 얼굴을 만들고, 종이 쟁반으로 꽃밭을 만들고...

그리고 지난주에는 공작 키트를 구입하여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조립을 하고, 색을 칠하고... 교회 꽃밭에 꽂았더니 제법 폼이 났다. 그런데 키가 작아 잘 돌아 가지가 않는다. 아쉽지만 여기까지...

다음 날 새벽 도착한 교회... 이런,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나를 맞아 준다. 밤새 한 뼘씩 키가 컸다. 무슨 요술이라도 부렸는가 싶어 살펴봤더니, 전 집사님께서 키높이 구두를 신겨 놓으셨다.^^

하필이면 그날 오후 큰 바람이 불었다. 비까지 내렸다. 바람개비가 걱정되어 교회에 왔더니, 역시나 비바람에 곤죽이 되어 멈춰버렸다. “하나님, 실버분들이 보고 실망하시면 어쩌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아침에 해가 뜨고 볕이 내리쬐더니 바람개비 날개가 말랐다. 돌아갔다. 그것도 힘차게... 뭔가 가슴에 차오르는 것이 있다. 우리 교회도 꼭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