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무래도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상은 했었다. 며칠 전부터 날이 궂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비가 내렸다. 가랑비로 시작한 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까지 동반한 장대비가 돼버렸다. 그렇게 주일까지 내렸다. 문제는 내일이 2여전도회 봄나들이라는 것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 작은교회모임을 마치고 회의가 한창이다. 비 오면 다음에 날 좋을 때 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몇 번의 계획과 연기가 있었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겨우 맞춘 날인데 하필이면 비가 온다.

“전도사님, 한번 단양쪽 일기예보를 확인해보시겠어요?” “흐리다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네요.” 잠깐 고민하고 다시 기도하고 교회카페 문을 열었다. “내일 비 안 온데요. 그냥 가시죠.” “목사님, 연기하기로 했는데요.” “그래도 어렵게 시간을 맞추셨는데 그냥 부딪혀봐요.”

솔직히 나는 동행할 생각이 없었다. 괜히 목사가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다운시키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기도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하나님께서 그냥 가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목사님이 가자고 하시니까 비와도 그냥 갑시다.”

다음 날 새벽, 역시 비가 온다. 기도한다. “하나님, 가는 거 맞지요?” 아니라고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래, 그러면 고고씽~! 두 차로 나눠서 출발한다. 아직도 비가 내린다. 덕분에 고속도로가 뻥 뚫렸다.

강원도로 넘어서자 비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터널들을 지날 때마다 조금씩 하늘이 보인다. 단양에 도착하니 비가 멈췄다. 아직도 구름은 많았지만 드문드문 하늘이 보였다. 산 정상 카페에 들렸을 때는 구름 저편으로 해가 빛났다. 유람선에 올랐을 때 비는 없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여행을 했다. “목사님, 하나님이 진짜 함께 하시네요.”

이번 단양여행의 테마는 “빗속을 뚫고”였다. 부제는 “임마누엘”이었다. 아슬아슬했지만 참 멋졌다. 빗속을 뚫고 임마누엘... 그래, 이게 신앙이다. 이게 교회다... 2여전도회 만세! 하나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