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개운치 않은 징크스가 있다. 무슨 목사가 징크스 타령을 하는지 이상히 여기는 분들이 계실 거다. 나도 안다. 그럼에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불운은 스포츠 경기에 대한 것이다. 나는 중요한 게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보지 않는다. 내가 보면 대부분 진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에 괜한 미안함과 좌절감이 겹쳐서 나를 괴롭힌다.

어제의 경우도 그랬다.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겨도 확실치 않다. 앞선 경기 결과가 힘들었기 때문에 16강 진출의 꿈이 실낱같았다. 그래서 결정했다. ‘보지 말자. 그리고 응원하자.’

그래도 시작은 보고 싶었다. 잠시 TV를 켰다. 예상만큼 상대팀은 강했다. 5분 후 어설프게 한 점을 내주고 말았다. ‘괜히 봤다. 빨리 끄자.’ 낙심한 마음에 리모컨을 든다. 그때 한 선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 두 팔을 들고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윗집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아 터졌구나.’ 급히 TV를 확인하니 한국대표팀이 한 골을 만회했다. 이때 또 다른 선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팀 주장 호날도... 코너킥으로 흘러나온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한국팀에 골을 줘버렸다. 얼마 후 아나운서의 날카로운 지적이 들려왔다. “골만 넣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네요.”

다시 방송을 껐다. 기다렸다. 이상하겠지만 기도도 했다. 그리고 또 환호성... 뭔가 왔구나... 후반 45분 28초 극적인 역전골이 들어갔다. 다시 손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는 상대팀 선수들을 유인한다. 다리 사이로 절묘한 패스를 한다. 후배 선수에게 기회를 내준다. 그리고 골 골 골~

나는 축구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번 경기의 승패 이유는 알겠다. 리더가 달랐다. 그래서 결과가 달랐다. 헌신적인 리더의 모습이 선수들을 각성시킨 것이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다. 괜히 교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축구도 은혜가 될 수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