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1... 먹을 만큼 먹었다. 물론 사랑하는 실버들이 보시기엔 아무것도 아닌 세월이지만, 최소한 내겐 상상치 못했던 나이다. 20년 전만 해도 내가 오십이 되라고는, 목사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서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은혜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모자란 모습이 있었다. 이끄심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자주 모질게 하나님께 도전했다. 왜 하필 나인지... 왜 하필 여기인지...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주님은 그때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일이 정리되고 나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래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

지난 2년, 개인적으로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당황했고 막막했고 답답했다. 그래도 성도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했다. 사역에 더 열심을 내려고 했다.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소한 성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목사가 되기 싫었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이미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깊은 한숨마저 숨길 수 없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넋두리 하듯 기도했다. ‘주님, 힘들어요.’ 그렇게 내 힘이 다하였을 때 하나님의 손길이 교회를 붙잡으셨다. 그때 나는 다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것을... 나의 양들이 아닌 주님의 양들이라는 것을... 나 역시 주님 앞에 한 양이라는 것을...

올해의 시작, 마른 뼈의 환상으로 열었다. “주 여호와여 주께서 아시나이다(겔 37:3)”라는 에스겔의 기도처럼 교회의 회복을 주님께 맡겼다. 그리고 이제 교회가 함께 모여 주님의 말씀 앞에 선다. 한 권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사님, 30년 만이에요.” 그래, 30년 만의 부흥회...

지난 한주간 기도로 준비하며 주님께 한 가지만 놓고 간구했다. “주님, 우리 성도들 모두 은혜받게 해주세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은혜 받게 해주세요.” 하나님께서 들으셨다. 주님의 교회는 주님이 세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