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내 생일... 나는 이전부터 이날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생일에 대한 남다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이날이 생일인지 명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가정형편도 여의치 않아 막내 생일을 축하해줄 여유도 없었다. 그냥 어머님이 잊지 않고 미역국 챙겨 주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학교에 가면서 친구가 생겼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절친 2명이 생일 축하파티를 해줬다.(아직도 그 친구들과 연락한다. 많이 고마웠나 보다.) 고딩이 되어서 한 녀석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생일날 처음으로 어머니 몰래 한 잔을 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친구 등쌀에 못 이겨 그렇게 했다. 그래서 그 생일은 하나님께 대놓고 죄짓는 날이 돼버렸다.

대학을 가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에는 교회 청년들과 생일을 보내야 했다. 하필 그즈음 신년금식기도가 유행이었다. 그래서 송구영신예배를 마친 후 청년들과 바로 기도원으로 향했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쫄쫄 굶었다. 그렇게 몇년 동안 은혜로우면서도(?) 허기진 생일을 보내야만 했다.

사역을 시작하면서 생일은 많이 바쁜 날로 변했다. 교역자로써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시즌이기에 생일 찾을 겨를이 없었다. 가끔 청년들에게 케이크질(얼굴에 마구 묻히는) 당하는 재밌는 기억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담임이 되고 나서 생일은 부담을 주는 날이 돼버린 것 같다. 정말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닌데 송구영신예배를 마친 후 바로 생일축하를 받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인데 한편으로 많이 죄송하다. 은혜받으러 교회에 나오셨다가 혹여나 부담을 느껴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긴다. 행복한 고민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글을 빌어서 부탁드린다. 정말 신경 안 쓰시면 좋겠다. 그럼 내가 평안하겠다.

그럼에도 생일선물 굳이 주시겠다면 한 가지 있다. 올해 정말 건강하시라 평안하시라 충만하시라... 성도들의 행복만큼 내게 큰 선물은 없다. 진심이다. 하나님께 맹세! 그리고 주님께 구하는 선물이 있다. 부흥, 우리 교회가 살아나는 것... 이것은 꼭 받고 싶다. 함께 이 선물을 구하자. 기다리자. 올해는 꼭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