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강아지 키우게 해주세요. 그럼 뭐든지 다 할게요.” 오늘도 딸내미가 조르기 시작했다. 매우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이 불편한 일상이 시작된 지도 어언 2년이 넘었다. 우리 아이들은 동물을 참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 강아지를 만나면 멈춰 서서 연거푸 눈 하트를 보낼 정도다.
“안 돼, 너희들 방이나 제대로 치워. 이런 청결상태로 어떻게 개를 키우니? 그리고 강아지 똥은 누가 치우고 목욕은 누가 시킬 거야? 너희들 샤워도 매일 안하면서...” 곧 아빠의 장황한 훈계가 시작된다. 아이들의 요구가 멈출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거봐, 안 된다고 했잖니. 나중에 준비되면 키우자.” 아내의 중재로 그렇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사실 강아지를 가장 원하는 건 아내다. 내가 아는 한 아내의 강아지 사랑은 최상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의 의미일 것이다. 식재료로써의 개와 반려동물로써의 개이다. 나는 둘 다 즐겨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냄새 때문에, 빠져 흩날리는 털 때문에 꺼려한다. 그리고 어릴 적 뒷산에서 미친개에게 쫓겨 내려오던 기억이 아직 강렬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싫은 게 아니라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최근 인터넷 기사에 반려동물 학대 기사들이 자주 올라온다. 고양이를 벤츠 위에 올려놓고 정주행을 한다든가, 강아지를 목줄에 매어 공중에 돌리며 개불놀이(?)를 한다. 이런 학대행위는 인간의 잔학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 정도로 대하는 인격마비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면 안된다. 동물과 함께 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귀엽고 예쁜 강아지라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화풀이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비약일지 모르나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다. 준비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상의 기쁨은 준비된 자들의 것이다. 눈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발견할 수 있다. 현재(Present)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Present)임을 인정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과 불안이 유행처럼 번지는 지금... 우리는 이제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한 준비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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