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면목이 없네요. 교회로써 목사로써...” 지난 수요일 주민센터 복지과장님을 만났다. 담당책임자가 새로 부임하면서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이다. 이제 거의 2년이 넘어간다. 독거노인반찬사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안팎으로 적잖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집불통 담임목사와 마음 착한 교인들의 열심으로 이때까지 감당해왔다.

“작은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위 분들이 가끔씩 자주 우리 교회를 보며 이런 말씀을 하신다. 당연한 걱정이다. 감당치 못할 사역에 무리하다가 오히려 교회가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교인은 목사님이 욕심이 너무 과하다는 말을 남기고 교회를 떠났다.

솔직히 처음에는 과한 면도 있었다. 사정을 따지지 않고 먼저 사역만 생각했다. 마치 불도저처럼 이거다 싶으면 옆도 보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기회비용도 지불했다. 하지만 셈을 해보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았다. 먼저 외미마을 주민들과의 오랜 껄끄러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또한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들이 이어지면서 부족한 부분이 채워졌다. 무엇보다 교인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기쁘게 자리 잡은 것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열심히 이웃을 섬기는 교회가 있는걸요.” 과장님께서 손사래를 치면서 강한 부정을 선물하셨다. 말씀이라도 고마웠다. 같이 욕먹고 있는 교회를 위로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 (참고로 과장님은 불교신자다;;) “과장님, 그래서 저희가 뭘 더 해보려고 고민 중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번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나 취약계층 분들을 섬기고 싶어요. 작게 라도요.”

“작은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이 의문을 다른 질문으로 바꾸고 싶다. “작은 교회가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도 있고, 낙숫물로 바위 뚫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흔적은 남는다. 아주 미약할지라도... 그리고 그 미약한 흔적을 주님이 사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