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자유의 율법대로 심판 받을 자처럼 말도 하고 행하기도 하라" (약 2:12)
1. 이 구절은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받아드리기는 더욱 어려운 구절이다.
"자유의 율법" 다시 말해 "자유를 주는 율법"이라는 표현이 거슬리기 때문이다.
자유와 율법은 단어 자체로 생각해본다면 대치되는 개념 같다.
"율법"이라는 말은 뭔가 우리를 구속하는 느낌이 있고
"자유"라는 말은 얽매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분이 든다.
2. 그러나 야고보 사도가 자유와 율법을 연결하여 삶의 경건을 이루라고 말한다.
좀 이상하다. 그리고 뭔가 속는 느낌이 든다.
새벽에 이 말씀을 전하려다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 잠시 접어두었다.
머릿속에 계속 이 단어가 뱅뱅 돌았다. 자유의 율법...
3. 요셉이가 어제부터 열이 끓는다.
39도를 넘나들더니 급기야 40도를 넘어섰다.
생생하던 놈이 축 늘어져서 잠만 잔다.
목이 아프다고 밥도 안 먹으려 하고 덕분에 학교도 빠졌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연출이라 생각했다.
요즘 예지 때문에 가끔씩 심술병이 도져서 삐죽빼죽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4.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이마를 만져보니 뜨거운 기운이 많았다.
밤 사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열 때문에 잠도 설친 모양이다.
얼마 후 아이가 깼다. 엄마와 실갱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약 못 먹겠어요. 약 먹으면 자꾸 토해요."
"요셉아 그렇다고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하니... 그럼 입원해야 해."
5. 아내와 요셉이의 공통점은 약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약을 타서 끝까지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물어봤더니 알약은 목에서 걸리고 물약은 냄새가 역겹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이 말이 오버랩 되었다.
자유의 율법... 그래도 약을 먹어야지...
6. 요셉이는 약을 먹지 않을 자유가 있다.
자기 싫으면 아무리 열이 끓고 몸이 늘어져도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처방전에 따라서 약을 먹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고 병원에 실려갈지 모른다.
지금은 열감기이지만 조금 더 심한 병 같으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
7. 하나님의 율법은 처방전과 비슷하다.
약 먹는게 싫어도 먹으면 낫는다.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율법이 우리의 삶을 옥죌 때도 있지만 순종하면 죄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율법은 자유이다. 자유의 율법을 좀 더 잘 표현하면
"사람답게 만드는 율법, 죄에서 자유하게 만드는 처방전"이다.
8.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서 자기 맘대로 대우받고 떵떵거릴 자유가 있지만
본능의 자유에 충실할 때 공동체의 자유는 무너지고 사랑은 사라진다.
자유의 율법... 공동체를 공동체 되게 만드는 평등의 율법이다.
9. 결국 문제는 그것 같다.
"엄마... 약이 목에 안 넘어가요. 약 먹기 싫어요."
내 안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는 본능... 망가진 죄성
아내가 우는 요셉이를 달래며 코를 막고 약을 먹인다.
갑자기 하나님 생각이 나서 웃었다.
"그래... 나도 약 먹을 시간이 조금 지났네. 잘 먹고 빨리 낫자."